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방 안에서 이뤄지는 사색. '감각 없는 자'에 대한 철학이다.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은 이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느낄 수 없는, 느낄 일 없는' 타인의 고통. 다른 사람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의 감정이 거리두기를 통한 '불구경'이 된다. 참혹한 상황에 부닥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제하에서 감각없는 자들이 탄생한다.
전쟁의 참상을 담은 영화를 보자. 영화로 연출된 장면들. 내 취미의 일부분이 된 영화 감상에서 우리는 연민을 느끼지 않는다. 본능에 의한 오만한 감정이 있을 뿐이다. '즐겁다, 잘 봤다'라는 기분이다. 사실에 바탕을 둔 영화도 우리는 감각을 잃어버린 채 내 돈을 내며 '감상'한다. 남의 고통을 통해 어떠한 아픔도 느끼지 않는다. 즐길 뿐이다. '감각없는 자'는 이렇게 태어난다. '타인의 고통'을 통해서 말이다.
단순하게 사진을 통해 아비규환을 설명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이는 '타인의 고통'을 향유하는 식밖에는 안 된다. 나도 그 고통을 겪을 수 있는 주체임을 잊는 것이다.
새벽 쓰레기 차가 다니는 장면. 일요일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워주는 알바생.
기억할 수 있는가. 회사에서 구두를 하나 가득 들고 다니는 아버지뻘 되는 구두닦이.
우리는 아무런 감정이 없다. 타인이니까. 타인의 고통이니까.
한 없이 이기적인 존재를 넘어 사악해질 수 있는 충분한 가능성을 가진 인간들이 문명을 만들었고, 현재를 살고 있다. 인간이 극한 상황에 처하지 않는 이상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없다. 수전 손택은 무엇을 하자고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의도치 않게 발생하는, 타인의 고통을 흥밋거리로 만들고 있는 현실을 말하고자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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