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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친구에게 쓰는 글-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

by 하 루 살 이 2015.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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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쓰는 책 포스팅- 한병철 교수의 '시간의 향기'


변한 걸로 치면 봄이 왔다는 것과 30대가 됐다는 것 그리고 웃음이 예전만큼 줄어들었다는 것까지구나.


한병철 교수의 피로사회를 함께 토론하기도 했는데 새로운 책 하나가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시간의 향기'. 우리의 순수한 모습까지 변하게 만드는 쓸쓸한 세상을 철학적으로 성찰한 책이다.


한병철에게는 요란한 목소리가 없어 좋다는 생각이 든단다. 그의 책들이 우리에게 요구하는게 흔히들 말하고 있는 쇼윈도의 멋지고 화려한 혹은 정의가 없는 성공과는 거리가 있어서 그럴거야. 


사회는 그런걸 좋아하지 않니. 무엇을 해야한다, 무엇을 달성해야 한다, 그 '무엇'을 강요하며 세상은 빠르게 흐르고만 있지 않니. 한병철 교수는 '시간의 향기'에서 사회는 조급함과 부산스러움, 두려움을 가지고 사람들의 내면에 씨를 뿌리고 있다는 걸 설명한단다. 악한 씨앗이고 바이러스지. 그런 점에서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는 '피로사회'와 맥을 같이하고 있어.

 






 

일년이 왜 이렇게 빠른걸까. 지루한 하루는 너무나 긴데, 한달은, 일년은 어쩜 이렇게 순식간에 지나갈까. '죽음의 수용소'를 쓴 유대인 심리학자 빅터 프랭클의 말처럼 무의미한 일들을 강요받는 자들에게 시간은 군림하고 강압한다는 것. 그래서 시간은 활과 같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말을 한병철은 '시간의 향기'에서 조금 더 철학적인 접근을 하고 있어.


우리도 마찬가지로 수용소 안에서 일을 강요받는 당시 유대인과 다를바가 없지 않을까. 중노동에 힘이 빠지고 몸 어딘가가 다쳐 더 이상 쓸모가 없게 된 사람들이 갔던 곳이 샤워실이라고 쓰인 '가스실'이었던 것처럼. 우리가, 모두가 예전보다 부쩍 불안이 늘어난 이유가 그런것 아닐까. 내가 살기 위해 옆 사람의 빵 조각을 훔치고, 먹기 위해 어린 아이의 옷을 빼앗는, 수용소로 끌려간 당시 유대인들을 그렇게 만든게 그 참혹한 '환경'이었지 않니.


친구야. 하지만 우리는 현재의 시간 안에서 다를 수 있다면..우리의 시간이 향기가 날수만 있다면.. 시간의 향기를 맡으며 살 수 있는 '머무름'의 미학을 실천하며 살 수 있다면. 이런 혼잡한 사회에서 남들과는 좀 다른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30대는 좀더 향기롭지 않을까..


저자의 말대로 하루의 시작을 기도에서 시작해 기도로 마무리 짓는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우리 시간은 결코 무의미하다 함부로 저평가되지 않을거야. 한병철에게 사색은 그런 것 같아. 가속화된 사회에 휩쓸려 가는 우리. 원자화된 시간으로 인해 모든 것이 중력을 잃고 떠도는 무의미해지는 현실에서 우리가 할 일은 잠시 차에서 내려 꾳 향기를 맡는 것이라는 부탁. 그리고 멀리 바라보며 시원한 공기를 '느껴보는' 여유. 사색은,  기도는 그런 걸거야. 


기도.. 쓰고 나니 이에 대해 참 할 말이 많구나. 요란스런 종교가 아니라 우리의 영혼을 쓰다듬어 줄 수 있는, 한병철이 곳곳에 설명해 놓은 신의 모습. 우리 다시 만나 한병철의 '시간의 향기'에 대해 서로 대화를 나누자꾸나. 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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