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 김선주 저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모든 순간들이 그렇다. 책 하나도. 자연의 작은 순간도.
사람들은 제목을 보고 그 책을 보기도, 스쳐지나 가기도 한다. 제목은 곧 발걸음을 멈춰 서게 하는 작가의 기술이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은 우리의 삶의 태도이다. 우리는 언제나 이별한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제목을 작가 김선주는 뿌듯했을 지 모른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칼럼 모음집에서 딱 부러질 제목이 나올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책의 전체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차 있어도 그리 주목할 만한 제목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을 때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라는 주제의 단편 글이 떠올랐을 터. 이 제목이 가지는 추상적이고 노골적이지 않는, 또 응집력 있다는 것에 그는 책의 제목으로 하기에 만족했을거라고 생각해봤다.
이 제목의 칼럼에서 작가는 개인사를 말하기도 하고, 친분을 자랑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떤 여성인지 설명한다. 사회에 뿌리내린 정체성을 이질적인 것으로 여긴다는 내용을 글 솜씨를 뽐낸다. 가령 ‘노인을 공경하자’라는 말보다 이제는 '노인 스스로가 짐이 되지 않기 위해 노인이 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 대해서는 욕하면서 이라크 침공을 욕하지 않는 사람들에 그녀는 분노한다. 결혼을 앞둔 여자 후배에게 ‘남자를 많이 알아야 하느니라’며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낸다. 김선주는 희귀종이다. 책의 첫 이미지나, 그녀의 첫 이미지나 '그럴 것 같지 않았는데'하는 마음처럼 그녀의 이미지가 산산조각 나서야 우리는 책을 덮는다.
책 마지막에 ‘비겁하게 살지언정 쪽팔리게는 살지 말자’는 그녀의 좌우명을 생각해본다. 자신의 시각이 내면에 있지 않고 타인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그녀 자신이 그런 삶을 살았을 것이고 우리 사회가 쪽팔리게 살고 있다는 비판일 것이다. 우리 사회는 아직도 여러 문제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 수준이 '쪽팔린다'라는 의미다. 얼마나 부족한지 이 한 문장으로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는 처음 사랑을 시작할 때 서먹서먹하지만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에게 주춥주춤 다가간다. 그 아름다웠던 순간들, 인생에서 많지 않았던 그 뜨거운 사랑의 순간들을 잿빛으로 만들지 않으면서 우리는 이별을 맞아야 하고 고통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모든 사랑했던 순간들에 대한 예의고 또한 이별의 예의다.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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