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와 2019년 경제위기
2015년에 나온 영화 '빅 쇼트'.
이 영화는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그린 영화다. 실화고, 인물들의 대사까지도 실제다. 다만 약간의 영화적 요소를 가미해 흥미를 돋운다. 아무래도 관객이 이 영화를 끝까지 보게 만들어야하니까. 하지만, 이 영화를 끝까지 봐야겠다고 느끼는 지점은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미된 요소가 아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실제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오는 뭔지 모를 불안감이다. 빅 쇼트는 그걸 말한다. 너희가 살고 있는 세상과 시스템은 그저 빈 병으로 쌓아올리고 있는 화려한 탑이라고. 너무나 약해서 개가 지나가도 무너질 것이라는 경고. 빅 쇼트를 중간에 끊기가 더 어려운 이유도 이 때문이다. 불안감. 망할 것 같은 그 불안감.
이 영화에는 수많은 경제 용어가 난무한다. CDO가 어쩌니, 주택담보대출이 어쨌다느니, 공매도가 뭐라고 하느니 등등. 영화속 주인공들의 대사에 따라가지 못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영화의 감독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관객이 대사를 따라오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래서일까 아예 대놓고 그런 대사가 난무하게 만들고 그 대사의 속도 마저도 높여놨다. 그래서일까. 관객은 더욱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거 나만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
공포의 시간, 경제의 위기,
국가 시스템의 몰락이 다가오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거 아닌가'라는 그 두려움. 빅쇼트가 의도한 바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너만 모르고 있는 것도 맞는데, 그 생각을 네 옆에도 네 뒤에도 하고 있어. 다 속은거야. 은행과 주식시장에는 4살배기 애들이 앉아서 컴퓨터를 두들기고 있거든. 그런 시스템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한 우리가 바보였던거야. 이렇게 말하고 있다.
리만브라더드, 서브프라임모기지. 어려운 단어지만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 집은 모든 사람의 꿈이다. 주택 한채 사서 가족들과 그 안에서 오붓한 시간을 보내는 것. 모두가 꿈 꾼다. 어떤 미치광이들이 거기에다 사기를 치기 시작한 것이다. 돈이 없으면 돈을 빌려준다. 직업이 없어도 되고 있어도 된다. 그냥 돈을 빌려준다. 그리고 이자도 싸게. 변동금리로 시작하다. 다시 말해 기초 없는 지대에 건물을 쌓기 시작한 것이다.
애초에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거액의 돈을 빌려주고 시작했으니 언제든 부실이 시작될 수 있었다. 하지만 시장은 그것을 염려하지 않았다. 그 허울 좋은 '담보물'을 믿었으니까. 그렇게 시작된 은행의 채권들은 증권가에서 A등급, AA등급, AAA등급으로 매겨져 팔려나갔고, 심지어는 그 깡통 A등급의 상품들을 엮은 또 다른 상품들이 만들어져 팔려나갔다. 그 상품들이 또 묶여 팔려나갔다. 모두가 그렇게 속은 것이다. 기초가 없는 상품들이 묶이고 묶이면서 기초를 파악조차 할 수 없게 만들고 거기에 AAA등급을 마구잡이로 붙여놓은 것이다. 거품은 시작 정도가 아니라 월가를 덮어버렸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몰랐다. 모를 수밖에 없었다. 시장이 붕괴될 때까지 아무도 몰랐다. 알았을 땐 너무나 늦어버렸다. 암흑기가 와야 어둠을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영화에는 이런 상황을 미리 파악한 몇 천재들이 나온다. 그들이 시장의 붕괴를 예측했고, 거기에 돈을 걸었다. 경제가 무너지면 돈을 벌겠다는 배팅을 시작했다. 그들의 예측은 그리고 적중했다. 시장은 무너졌고, 가정은 파괴됐으며, 집은 날라갔다. 직장을 잃은 사람들은 왜 이렇게 됐을까 하는 의문만 남긴 채 집으로 돌아갔지만 그 집도 결국엔 자기 집이 아니게 됐다. 거리로 나 앉게 된 것이다.
실제로 있었던 일이기 때문에 더욱 믿기지가 앉는 이 아이러니함.
2019년. 어떨까.
불확실성이 언제든 존재했지만 이렇게 심하진 않았던 것 같다. 트럼프. 그는 지금 셧다운을 몇 십일 째 이어간다. 그 장벽을 세우겠다고 이 난리다. 거기에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은 그칠 줄을 모른다. 자기가 기원전 정복자라도 되는 듯 중국을 이기겠다고 저 난리다. 미국은 금리를 또 올릴 것이고, 그럼 한국은행은 안 올릴 재간이 없을 것이다. 한은이 금리를 올리기도 전에 시장이 먼저 반응할테니까.
국내 상황은 심각하다.
고용률은 계속 낮아지고, 기업의 수익은 줄어만 가며, 소득은 결코 늘지 않는 상황. 대출은 자기 평생 벌어도 못 모을 정도로 받아놨는데 하필이면 변동금리로 받은 사람들이 어마어마하다. 금리의 상승이 예고된다. 연체율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악령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다. 과연 우리 미래는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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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그것이다. 이런 시스템에서도 도덕성이라곤 전혀 없는 월가의 사람들 중 감옥에 간 사람은 단 1명. 하지만 그들이 책임지지 못할 짓으로 생긴 결과는 수를 헤아릴 수 없는 서민들의 고통 증가다. 파산. 그것이 이 시스템을 가지고 논 자들의 작품이다.
우리나라도 1998년 IMF를 겪었다. 2008년 금융위기를 겪었다. 그리고 2019년이다. 올해 우리의 경제는 어떻게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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