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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연말연시에 추천하는 '어떻게 살 것인가'

by 하 루 살 이 2018.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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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치의 일상이 즐겁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내가 정치에 뛰어든 것은 개인적으로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중략) 이제는 정치적 자기 검열 없이 정직하게 말하고 싶다. 나는 정치의 일성이 요구하는 비루함을 참고 견디는 삶에서 벗어나 일상이 행복한 인생을 살고 싶다. 야수의 탐욕과 싸우면서 황폐해진 내면을 추스르려고 발버둥치는 사람이 아니라 내면이 의미와 기쁨으로 충만한 인간이 되기를 원한다."


"이제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선을 추구하는 사람들과 기쁘게 연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게 먹음 먹는 순간 눈앞을 가리고 있던 두터운 먹구름이 걷혔다. 해방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 




녹차를 마시는 있다.아주 진하게 우려낸 녹차 향을 맡고 있으면 그 시간 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 된 것처럼 나는 마음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아침 저녁으로 녹차를 마시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다. 


앞에 쓴 글은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에 나오는 글다. 저 글을 읽고 그가 최근 하는 행보에 대해 생각해봤다. 


일각에선 그의 정치적 발언들에 대해 '유시민이 다시 정치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하지만 그는 그 때마다 그런 추측 좀 그만하라고 외친다. 


언론이 섣부르기로는 둘째 가라만 서럽다 하겠지만 조금만이라도 여유를 가지고 그의 생각이 담긴 이 책을 들춰 봤다면 그런 괴상한 추측은 그만 뒀으리라고 생각한다. 유시민은 결코 정치로 돌아갈 생각이 없는 사람이다. 정치에서 벗어나 '해방'을 느낀 남자다. 그 자유를 가지게 된 사람이 다시 왜 노예의 생활로 돌아가겠는가. 그는 행복을 찾아 왔다. 그런 그가 의무감에 매인 불행의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넌센스다.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 표지를 찍으려다 최근 찍은 사진을 인화하고 있는데 그 중 한 사진이 눈에 띄어 같이 엮어 사진을 찍어봤다. 옆에 사진은 이스라엘 가이사랴에 있는 '헤롯의 수로'다. 2000년의 세월을 견뎠다. 하지만 그 세월의 상처는 여실히 드러나 있었. 그 뒤로 지중해 바다가 존재했다. 그 바다는 더 오랜 세월을 견디었건만 저렇게 푸르름을 잃지 않았다. 그것이 나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고 대조해서 사진을 찍었다.)




그런데.. 이런 글을 쓰려고 블로그를 연 것이 아닌데 어쩌다 이런 글을 쓰고 있는지 의아하다. 


확실한 건 이것이다. 책 '어떻게 살 것인가'는 누군가의 기준과 평가에서 벗어나 온전히 자기가 원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는 것의 중요성을 말한다. 유시민이 정치인으로서 이 책을 쓰지 않고 자유인으로서 이 책을 쓴 것도 바로 그 중요성 때문이다. 내가 원치 않는 일을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하는 모든 사회인들에게 어쩌다 자기 삶이 이렇게 됐는지를 한번이라도 조용히 생각해보기를 권하는 책이기도 하다. 



나는 사실 돌아다니기도 좋아하거니와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직업도 기자이기를 꿈꿨고, 그렇게 나는 기자가 되었다.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이상과 너무나 다른 면이 많았다. 


취재의 어려움만 아니다. 내가 원치 않는 기사를 쓰는 것은 예삿 일이다. 대립하는 양측의 주장을 만났을 때 취재의 결과대로 쓰지 못하고 돈의 원리에 따라, 가진 자들을 대변하는 기사를 써야할 때 생기는 감정은 부당함에 대한 분노와 모멸감로 인한 수치와 좌절로 인한 고통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힘빠진 상태로 다른 하루를 시작해야만 했다. 그 자체가 고단한 일이었다. 그 고된 일상은 어찌도 그리 쉽게 반복되는지. 어느 취재원과 오랜만에 만나 점심 식사를 하는데 한 회사의 내보 고발을 한다면서 하는 말이 "기자님, 다시 예전처럼 투사가 되셔야죠"라고 했을 때 어찌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그렇구나. 너무 오랫동안 힘이 빠져 있었구나. 나는 그 사람의 고발 내용을 기사화하면서도 과거 물불 가리고 않고 잘못된 것을 물어 뜯던 내 모습을 떠올리기도 했다. 다시 힘을 내야겠구나. 그리고 나 자신을 잃어버릴 정도로 불타오르기보다 조금은 꾀 많고, 현명하며, 지혜롭게 나의 주장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는 생각도 했다. 그렇게 작든 크든 모든 일에 조급하지 않고 여유를 되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유시민의 '어떻게 살 것인가'는 과거에도 읽었던 책이다. 두 번째 읽지만 정독하기보다 목차를 보고 끌리는 소제목을 찾아 펼친다. 그렇게 읽는 책이 얼마나 편안한 기분을 주는지 모른다. 완독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한번 완독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책 한 권을 다 읽어야 한다는 목표성이 사라지고 온전히 작가 내면의 깊이를 옅보고 공감할 때 고개를 끄덕이는 독서를 하고 있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진정 내게 양식이 되고 기쁨이 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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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란 이래서 좋다. 그저 생각나는 대로 자유롭게 글을 적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평가 이전에 내 생각을 자유롭게 펼치는 즐거움이 먼저라는 생각 덕분에 글쓰기에서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 이 책을 목적과 이유, 부담과 욕심 없이 다시 읽고 있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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