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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안시성'과 신채호

by 하 루 살 이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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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 년 사대주의 노예가 된 역사가들이 좁쌀만 한 눈으로 연개소문을 혹평하며 "신하는 임금에게 충성해야 한다"는 되지 못한 도덕률로 그의 행위를 규탄하고,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섬기는 것은 하늘의 도리를 따르는 것이다"는 노예근성으로 그 업적을 부인하여,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의 송장을 살 한 점 남지 않게 씹어 대는 것을 나는 원통히 여긴다."


신채호 '조선상고사'




신채호 선생의 원한이 담긴 글이다. 그는 조선의 일제강저기 당시 우리의 찬란한 고대 역사를 전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웠다. 특히 사대주의 빠지고, 일본의 왜곡된 조선 역사 주입교육으로 우리가 스스로를 폄하하고 비하하게 만든 사실에 대해 '크게 원통히' 여겼다. 그래서 신채호 선생은 이렇게 썼다. 


"조선사는 내란이나 외침보다는, 조선사를 저술한 바로 그 사람들 손에 없어졌다."


우리의 역사가 외세에 의해 잘못 적힌 것이 아니라 노예근성을 심어주려는 외세의 정신에 현혹된 거짓된 우리 역사가들에 의해 잘못 쓰여졌고 스스로 자멸하고 있다는 무서운 지적이다. 



안시성. 

그리고 영화 '안시성'. 


그 안시성이 말하는 것은 엄청난 우리의 역사 이야기다. 안시성 역사를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결코 우리는 동방의 작은 외소하고 당하기만 하는 약소 국가가 아니라는 점이다. 분명 우리는 당시 최강의 국가로 존재했던 당나라의 당태종도 두려워 떨게 만든 강인하고 위대한 역사를 가진 민족이다. 


이 생각은 우선 도올 선생의 최근 광주 지역 중고등학생들을 향한 강의를 통해서 '우리는 지금까지 왜곡된 역사로 우리의 생각자체가 움츠러 들고 미약하게 되었다'는 것을 들으면서 생겼다. 그리고 유시민 작가의 '역사의 역사'에 나온 신채호 선생의 글들을 통해 이런 생각들을 더욱 확립할 수 있었다.




신채호 선생이 '안시성'에 대해 쓴 글을 올려본다. 

읽어보면 가슴 뛰는 글이 아닐 수 없다. 


645년 6월,

당태조잉 수십만 군사를 거느리고 와 성안을 향해 외치게 했다. "항복하지 않으면 성을 함락하는 날 모조리 죽이겠다." 양만춘(영화 '안시성'에서 조인성의 역)이 성 위에서 통역을 시켜 당의 군사에게 소리쳤다. "너희가 물러나지 않으면 성에서 나가는 날 모조리 죽이겠다." 

연개소문은 요동 싸움을 양만춘과 추정국에게 맡긴 다음 정예병 3만을 이끌고 열하 근처를 지나 남으로 만리장성을 넘어 북경 방면으로 쳐들어갔다. 당태종이 소식을 듣고 군사를 돌이키려하자 추정국은 전군을 동원해 안시성 동남쪽 골짜기에서 적을 습격했고, 양만춘도 성문을 열고 나와 공격을 퍼부었다. 

당의 군사는 사람과 말이 서로 짓밟으며 도망쳤다. 당태종은 말이 수렁에 빠져 꼼짝하지 못하고 양만춘의 화살에 왼쪽 눈을 맞아 거의 사로잡히게 되었으나 용장 설인귀가 달려와 말을 갈아 태우고 선봉 유홍기가 후미에서 혈전을 벌인 덕분에 겨우 달아났다. 


'조선상고사'



이 대목에서 양만춘의 그 기개만 아니라 연개소문이 북경까지 쳐들어간 사실을 알 수 있다. 신채호 선생은 이 역사가 민족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음을 한탄한 것이다. 사실을 전달하지 않는 역사학자들에 대해 날선 칼보다 더욱 날카로운 비판과 비난을 망설임 없이 가한 것도 바로 그들의 민족을 향한 거짓 때문이다. 


특히 '안시성'의 위치를 압록강 넘어 요동과 간도 지역이 아니라, 압록강 이남 평양 근처로 설정한 '삼국사기'의 김부식에 대해선 비판과 비난을 아끼지 않았다. 그를 가리켜 '사대주의의 원흉'이라고 봤다. 민족 역사에 대한 인식을 저 만주 벌판에서 지워버렸기 때문이다. 오로지 우리의 사고를 한반도 안에 한정해 스스로를 약소국가로 설정하도록 만든 장본인과 그를 따르는 모든 사대주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항거였던 것이다. 




신채호 선생은 그래서 안시성의 위치를 매우 정확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분명 압록강 넘어 만주 벌판에 있는 성임이 사실이라고 근거를 갖고 이야기했다. 당태종의 죽음도 양만춘의 독화살에 죽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연개소문의 북경 추격 사실을 사실에 입각해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했다. 


이 역사의 사실 앞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심오하며 명확하다. 우리는 조금도 약한 민족이 아니며 약소국가와 피해자로서만 존재한 것이 아니다. 이곳은 찬란한 문화의 본산지며 당나라 황제도 이 지역을 두려워했다. 그랬기에 당태종은 스스로 자멸해가면서까지 이 지역의 토벌을 바랐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끊임없이 사대주의자들이 말하는 이런 변방을 올 이유가 없는 것이다. 고구려 지역은 분명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했고 군사, 문화, 경제의 요충지였으며 이곳을 얻지 않고선 당태종이라는 지위와 위신도 절반 밖에 달성되지 못했을 것을 그들 스스로가 먼저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기에 그렇게 이곳을 그렇게 호시탐탐 노린다 결국 실패하고 죽음을 맛 본 것이리라.  



우리는 지금까지 우리의 역사를 너무 좁게 설정하고 우리의 현 모습까지 그렇게 설정하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우리의 선조는 그 어느 누구보다 위대했다. 우리의 역사는 찬란한 역사다. 우리가 세운 나라들은 결코 약하지 않았다. 위대한 문명국이었다. 선조들은 위대했다. 로마 역사를 가진 이탈리아인들의 자부심 그 이상의 자부심을 가져도 된다. 영화 '안시성'은 그것을 말하고 있다. 안시성 자체가 그것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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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이 날조된 역사와 역사의 진실에 관해 이렇게 썼다. "안시성 전투 기록만 그랬을 리 없다. 조선과 중국의 관계를 다룬 모든 역사 기록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삭제, 왜곡, 날조했을 것이다."


우리 스스로 비하하고 서로 헐뜯게 만드는 원인이 어디에 있겠는가.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자. 누군가의 의도에 의해 만들어진 잘못된 역사로 지금 피해자의식이 역사에 짙게 깔렸을지 모른다. 바르게 우리의 역사를 인식하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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