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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청담동 근처 라이온 카페에서 열리는 금요일 음악회

by 하 루 살 이 2017.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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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맛집 라이온 카페에서 열리는 금요일 음악회


계절이 깊어 간다. 아침에 일어나면 '언제부터 이렇게 추웠던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 고향에 대한 향수, 혹여 나로 인해 상처받고 떠나가버렸을 이들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 일어나는 계절이다. 


자유를 꿈꾸었다던 샤를 보들레르 Charles Baudelaire가 떠오른다. 보들레르에게 일상은 언제나 끔찍했던 악몽이었다지. 그래서 그의 시 안에서 표현되는 자유에 대한 갈망이 그렇게 컸던 가보다. 자유의지. 일상에서 매번 엄격하게 제한받던 그 자유의지를 보들레르는 시에 드러냈다. 그것을 가로막는 모든 것에 격렬하게 저항했다. 그렇게 시인은 시를 통해 무거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려 했다. 독자들은 그의 시 안에서 잃어버린 것을 생각한다. 




보들레르는 가끔 리스본에 가는 꿈을 꾸었다. 리스본. 포스투갈어로 리스보아 Lisboa 라고 한다. 이 나라 최대의 도시이자 대서양을 인접한 굴지의 항구도시다. 보들레르는 그곳으로 여행하고 싶은 욕망에 언제나 고통받았다 한다. 그곳에 가야 따뜻할까, 그곳에 가야 힘을 얻을 수 있을까. 시인도 늘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서는 잘 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인간은 나약하고 시인도 이를 인정했다. 


또 다른 예술가가 있다. 고독을 그린 예술가다. 나는 도시의 밤에 그의 그림을 자주 떠올렸다. 이 예술가는 삶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고통을 나름 표현코자 했다. 


에드워드 호퍼 Edward Hopper 다. 호퍼는 도시의 밤 어느 상점과 주요소와 카페에 홀로 남겨진 사람들의 외로움 그려냈다. 




밤을 맞은 그림 속 주인공들은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있었다. 잠시나마였겠지만. 

희미한 음영 아래 짧은 자유를 맞보는 도시인들이다. 내면에 깃든 자유를 갈망하는 자들이다. 그들은 숨을 죽이고, 어두워진 거리 한 구석에 있는 작은 카페, 손님이 떠난 술집, 유독 조용해진 주유소 그리 거창할 것 없는 장소에서 얕은 숨을 내쉬며 쉬고 있었다. 그런 장소 일수록 소박했다. 조용했다. 


라이온 카페가 그런 곳이다. 호퍼가 그리고 싶어한 카페다. 대도시 사람들에게 위로의 장소가 되기 충분한 장소. 청담동과 삼성동 경계에 있다. 




여기에 오는 사람들도 호퍼의 그림 주인공들과 비슷하다. 금요일 밤. 라이온에선 작은 음악회가 열린다. 8시부터 10시까지. 가끔은 8시 30분부터 음악회가 시작된다. 자유로운 음악회다.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유럽의 작은 살롱을 연상케 한다. 음악은 더욱 아름게 들린다. 고급스러운 청담동 어느 카페가 이런 분위기를 보여줬던가. 


내 마음이 이곳에 이끌리는 이유가 있다. 이곳엔 소중한 과거를 떠올릴만한 '여유' 있다. 그 과거라는 것. 단순히 어릴적 잃어버린 추억에 한정하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정신의 세계, 신을 향한 갈망까지 커진다. 금요일 밤은 원래 그런 것이다. 모든 것을 해보고 죽을 때 밀려드는 후회 속에 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듯 금요일도 후회의 장에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주는 밤을 선사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도 라이온 카페의 큰 장점이다. 청담동이 근처라 이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시끌벅적한 술집과 노래방으로 불나방처럼 몰려갔기 때문이겠지. 잠들 줄 모르는 도시는 그들의 욕망과 욕정을 먹으며 생명력을 유지해왔으니까.

 




라이온 카페는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과 닮아 있다. 일주일 동안 더할 수 없이 힘들게 지내고, 증오와 반항의 정신을 억눌렀으며, 건강을 해치면서까지 받아야했던 스트레스를 견딘 삶들이 모여있다. 일주일을 별탈 없이 끝내고 다시 금요일 밤을 맞은 사람들. 그들 속에는 이 밤을 막무가내로 아무곳에나 버리고 싶지 않은 심정이 들어있어 보인다. 


금요일 밤. 유대인에겐 안식일의 시작이고 대도시에 사는 사람에겐 아주 짧은 위로의 순간이다. 그리고 조용히 사람에 대한 깊은 성찰을 하고, 그리움에 대한 마음의 공간을 넓히고, 가끔은 이렇게 차원 높은 예술의 세상에 자신을 놔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시간이다. 


사회적 지위와 성공을 향한 욕망, 인습과 편견의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도 차원 높은 예술을 접하는 데 있을 것이다. 그것이 굳이 음악이 아니라도 좋다. 그림이 될 수도 있고, 독서가 될 수도 있다. 모든 예술은 잃어버린 인간의 희망이 말하고 있다. 발레가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을 표현한 것이고 노예상을 조각한 미켈란젤로는 우리에게 해방의 정신을 말하고 있다. 예술은 그 언젠가 잃어버리고 빼앗긴 진정한 자유를 설명한다. 예술 작품 앞에 인간의 발길이 멈추는 이유다.


우리의 영혼은 언제나 영원을 사모하도록 되어 있다. 차원 높은, 도달하기 어려운 그 영원성의 것. 그것에 대한 그리움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으리라. 예술은 이러한 우리의 마음을 잘 해석하고 설명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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